개인 백업 겸용 창고()입니다. 써놓고 묵혀두기도 애매한 글들을 보관 겸 올려두는 곳. 블로그도 만들어본 적이 없어서 모르는 게 더 많으니 너그럽게 봐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몇 년 전 다른 사이트에서도 잠깐 출몰했었습니다. 복귀 예정은 현재 없습니다. 판타지(?)라는 광범위 내의 여러 장르/주제를 다룰 것 같지만 전문 지식보단 단순 취미로 자료 찾아보면서...
이틀 전. 학교 근처 상점가에 위치하여 활기가 넘치는 카페 분위기와 비교될 정도의 고요함을 두르고, 구석의 4인석에 마주앉아 있던 예연과 보담은 말없이 커피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어딘가 평범하지 않은 우아함까지 얼핏 느껴질 정도다. “미안, 오래 기다렸지?” “또 어딜 돌아다니다 이제 와?” 커피잔이 거의 비워질 때가 되어서야 나타난 이신에게 예연이 날카롭...
마지막으로 울린 검과 검의 마찰음이 공기 중으로 흩어진다. “아~아. 역시 검하고는 안 맞는다니까.” “피차일반 아니겠습니까. 구차한 변명은 삼가 주십시오, 주군.” “으윽. 역시 유는 봐주지 않는구나. 말로도, 대련으로도.” 끙끙거리는 시늉을 하다 일어서더니 땅에 구르던 자신의 검을 주워 검집 안으로 넣는다. 옆까지 다가온 소녀가 엷은 미소를 띤 채 그로...
아까부터 두 세 걸음 정도의 거리가 유지되고 있지만 무지 신경 쓰인다. 사실 생긴 것부터 행동 하나하나가 너무나도 단정해서일지 모르지만 같은 길을 걷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뒤에서 따라오는 사람은 무슨 고양이과마냥 발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 아니, 그러니까 중요한 건 왜 따라오냐고. “이 구역은 샛길이 많아서 좋은 것 같아.” “그러니까 왜 따라오냐고.” ...
하루 종일 재수가 이리 없을 수도 있다. 눈앞의 비정상적인 인간을 노려보면서 작게 욕설을 내뱉는다. 적어도 5분 전까지는 그나마 일반인 같았는데. 온몸 군데군데로부터 검은 페인트 같은 진득한 무언가를 뚝뚝 흘리면서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좀비 같은 으어어 소리를 배경음으로 깔아주고 있는 남자. 양 눈도 뒤집힌 건지 아니면 검은색과의 대조를 이루려는 건지 희번...
미세하게 떨리는 손가락으로 가죽 표지를 따라 천천히 쓸어 내렸다. 수없이 듣고 보아도 기억할 수 없었던 제목과 주인공의 이름. 이게 뭐라고. 주먹을 꽉 쥐었다 펴니 떨림이 멎고 힘이 돌아온다. 곧게 펼쳐진 손바닥을 다시 책 위로 가져다 쓰다듬다가 천천히 내리눌렀다. 자신도 모르게 새어 나오는 묘한 애틋함을 털어내면서. 이까짓 게 뭐라고. 해답은 자신이 누구...
***본편의 비교적 큰 스포일러가 담겨있을 것 같지만 쓰고 싶어서 쓴 글. 그리고 당해도 별로 타격 없는 스포일 터이니*** 01 뱀 요괴로서의, 혹은 그 전신인 뱀으로서의 제일 오래된 기억. 천천히 눈을 뜨자 함박웃음을 머금은 소녀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영사[靈蛇]님. 노래라도 부를 듯 기쁨에 벅찬 목소리가 봄바람처럼 따스하게 다가온다. 그때는 ...
몽롱한 햇살. 지금은 시골에서조차 보기 어려운 기와집, 그 앞의 황토색 흙 마당. 그리고 온 마당을 누비며 뛰노는 개, 고양이, 가축들. 그들을 따라다니다 지쳐 기와집의 목제 마루로 다가가니 내리쬐는 햇살보다도 훨씬 더 따스한 손길이 다가와 머리를 어루만져 준다—— 갑자기 눈이 번쩍 뜨였다. 곧 공포가 어둠 속으로부터 스며들어오고, 울상을 지으며 이불을 뒤...
***네이밍 센스 따위 존재하지 않음*** 늦은 밤. 도시는 어둠에 휩싸여 있다. 희미한 불빛이 두어 개 보이지만 달빛 없는 밤하늘의 별들처럼 주위를 밝힐 힘은 없어 보인다. 정적의 도시를 내려다보는 붉은 눈. 고층빌딩의 옥상, 그는 어둠에 녹아들어 말없이 발 밑의 어둠을 응시하고 있다. 매우 높은 곳이기 때문인지 바람이 파도처럼 거세다. 특히 어두운 밤에...
***능숙한 처리반*** “단두대라고, 들어봤어?” 가벼운 말투로 느긋함까지 담아 질문하는 청년의 수려한 외모마저 더해져서일까 어딘가 위험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정말로 대답을 기다리는 것인지 묘하게 능글맞은 미소를 짓고 있는 <스렌>의 옆에서, <알렉>은 담담한 태도로 대검을 쑥 뽑았다가 남자의 목 측면에 바싹 붙을 정도로 가까운 땅에...
***0부터 시작하는 팀*** 12:48p.m. 가넬란 프라자 5층, 푸드코너. 점심 시간인지라 사람들이 몰리며 백화점 내부에서도 특히 북적대는 곳, 5층 전부를 차지하고 있는 푸드코트다. 벽을 따라 들어서있는 수많은 식당들 외, 가운데 둥그렇게 원을 그리고 있는 셀프 주문 기계 앞과 그 주위의 테이블에도 식사를 즐기는 모습이 가득하다. 그중 한 테이블에 ...
***하나의 스토리, 세 갈레 루트*** “그러고 보니 오늘이었지?” “아앙?” “어라 잠깐 왜 아무 조짐도 없이 협박적인 태도!?” “입 다물고 일이나 해.” 여전히 위협적인 말투를 동반하며 휘두르는 대검은 사람만했다. 아니, 오히려 주인인 흑발청년보다 반절 정도 크게 보였다. 휘둘러진 대검을 사뿐히 밟은 후, 공중으로 가볍게 텀블링을 하면서 공격해오던 ...
다음 생은 미역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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